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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부르는 생명의 음악, 럼블 스트립

  • 2019-08-13
  • 244
  • by 문영재
뜨거운 휴가철이다. 수많은 이가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찾아 떠난다. 여행을 간다는 즐거운 마음 한편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한다. 노면 홈을 통해 '드르륵'하며 불쾌한 승차감을 전달하는 럼블 스트립은 이런 사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도로다. 최근에는 홈과 홈 사이 간격에 타이어 마찰음을 더한 멜로디 도로로 발전, 사고 없는 휴가길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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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 각지로 전파된 럼블 스트립은 거친 표면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을 통해 눈꺼풀이 무겁거나 아직 주행이 서툰 운전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단순히 도로에 홈을 파놓은 게 다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이나 사망건수를 확 줄였다는 게 미국 연방 고속도로관리국의 설명이다. 여기서 럼블 스트립은 소리(Rumble)와 띠(Strip)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노면요철포장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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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법은 도로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홈을 파서 설치하는 음각 시공과 기존 도로에 포장재를 사용해 규칙적인 패턴을 만드는 양각 시공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음각 시공은 콘크리트 노면에서 자주 사용된다. 국내 고속도로에서 주로 쓰이는 시공법이기도 하다. 양각 시공은 기존의 도로 위에 포장재를 덧대는 방식으로 콘크리트 노면 대비 상대적으로 연약한 아스팔트에서 주로 사용된다. 모양은 크게 가로형, 세로형 등으로 나뉘며, 주로 쓰이는 형태는 가로형이다. 세로형은 굽잇길에서 차의 이탈을 방지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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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이 럼블 스트립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제는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멜로디 도로(미국에서는 뮤지컬 도로라고 부른다)다. 멜로디 도로는 도로 위 홈과 홈 사이 간격으로 인한 타이어 마찰음 주파수 차이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 일정 속도로 해당 요철구간을 지날 때 재미있는 노래가 나도록 설계한 도로다. 도로의 음계는 홈과 홈 사이 간격이 10.6㎝일 때 ‘도’, 9.5㎝에서 ‘레’, 8.4㎝ 구간은 ‘미’다. 즉, 홈과 홈 사이 간격이 가까울수록 음이 높고, 멀수록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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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 도로가 처음 도입된 곳은 일본 홋카이도 동부에 위치한 나카시베쓰로, 홋카이도 국립산업 기술연구소 주관 아래 내리막길 운전 주의는 물론 지루한 운전 중 잠깐의 즐거움을 주고 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럼블 스트립의 원조인 미국의 멜로디 도로는 2008년 캘리포니아주 랭카스터 시에 처음 들어섰다. 다만, 과도한 소음이 유발된다는 다수의 민원에 의해 설치 1년 뒤인 2009년 제거됐다. 2014년에는 뉴멕시코주 교통국 주관으로 두 번째 멜로디도로가 들어섰는데, 앨버커키와 티라제스 사이 66번 국도에 설치, 대중으로부터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라는 평을 받으며 현재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스팔트 위 뮤지컬 노트가 서울 외곽 순환도로 판교 방면 103.2km 지점과 청원상주 고속도로 68.6km 지점에 위치한다. 한국도로공사는 "내리막길은 물론 S자 코스가 빈번한 국내 고속도로 환경 특성상 잠깐의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소음과 진동으로 위험을 알리는 멜로디 도로 설치 후 많은 수의 사고를 줄일 수 있었으며, 앞으로 해당 도로를 확대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일본, 미국과 같이 관광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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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높은 주파수의 음과 거친 승차감 그리고 이로 인한 타이어 마모를 걱정한다.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불만사항이기 때문이다. 단, 잠깐의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이로 인해 행복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불편임에는 분명하다. 멜로디 도로는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다.



  • 문영재

    <라이드매거진>에서 자동차 기자를 시작해 <피키캐스트><자동차생활><모터그래프> 등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