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몬주익언덕 ⓒ 윤지민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사정도 바르셀로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약 3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 도시의 주민은 17만 명에서 최근 5만 2천 명까지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도시가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관광객만 가득한 테마파크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고 마치 디즈니랜드와 같이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만 가득해지는 이러한 현상을 빗대어 ‘디즈니피케이션(Disnific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미 세계의 많은 유명 관광지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기존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 혹은 ‘과잉 관광’이라고 한다. 오버 투어리즘은 지역 주민들에게 소음, 교통체증, 쓰레기 투기, 환경오염, 임대료 상승 등의 여러 문제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게 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심각한 도시에서는 관광객 반대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관광 혐오증(tourism-phobia)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 오버 투어리즘
오버 투어리즘은 해외 유명 관광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북촌과 이화동 벽화마을 같은 인기 관광지는 이미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는 마을 입구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연다. 집 대문마다 써 붙인 ‘거주 지역이니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작은 안내판은 하루에 다녀가는 8천여 명의 관광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끌었던 이화동 벽화마을의 아름다운 벽화들은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지워졌다. 갑자기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특히 휴일마다 문 앞을 오가며 시끄럽게 떠들고 담벼락 너머로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주민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