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자동차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2020-02-21
  • 396
  • by 윤지민

'Tourist: Your Luxury Trip. My Daily Misery'
바르셀로나의 한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 반대 시위를 위해 적혀있던 문구다. 관광객들은 자신의 ‘럭셔리한 여행’이 주민들의 ‘일상적인 고통’이라는 이 문구를 보며 흠칫 놀라 스스로의 여행을 돌아보게 된다.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대략 160만 명인 반면,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약 2천만 명에 이른다. 주민보다 관광객이 약 12배나 많은 이 도시는 최근 4년간 주민의 수가 11%나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어딜 가나 관광객으로 가득한 복잡한 도시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정든 집을 떠나고 있다. 주민들이 떠난 빈자리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상업시설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변해가는 도시를 우리가 관광객으로서 설레며 찾아가고 싶었던 바로 그 도시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1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몬주익언덕 ⓒ 윤지민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사정도 바르셀로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간 약 3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 도시의 주민은 17만 명에서 최근 5만 2천 명까지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도시가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관광객만 가득한 테마파크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고 마치 디즈니랜드와 같이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만 가득해지는 이러한 현상을 빗대어 ‘디즈니피케이션(Disnific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미 세계의 많은 유명 관광지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기존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 혹은 ‘과잉 관광’이라고 한다. 오버 투어리즘은 지역 주민들에게 소음, 교통체증, 쓰레기 투기, 환경오염, 임대료 상승 등의 여러 문제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게 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심각한 도시에서는 관광객 반대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관광 혐오증(tourism-phobia)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는 오버 투어리즘
오버 투어리즘은 해외 유명 관광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북촌과 이화동 벽화마을 같은 인기 관광지는 이미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는 마을 입구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연다. 집 대문마다 써 붙인 ‘거주 지역이니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작은 안내판은 하루에 다녀가는 8천여 명의 관광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광객들의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끌었던 이화동 벽화마을의 아름다운 벽화들은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지워졌다. 갑자기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고 특히 휴일마다 문 앞을 오가며 시끄럽게 떠들고 담벼락 너머로 쓰레기를 버리는 상황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주민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2

이제는 서울의 일상에서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관광객 때문에 나의 일상에서 만난 불편함 때문이었다. 서울시청에서 한류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이다. 화장품을 사러 명동의 한 매장에 들어갔다.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과 손님은 중국인이었고, 결국 나는 한국어도 잘 못 하는 불친절한 직원들에게 역차별을 당하는 듯한 불쾌한 기분으로 매장을 나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관광객의 편의를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현지인이 불편해진다면, 과연 이게 맞는 방향인 걸까?’ 그렇게 시작된 고민과 회의는 결국 ‘내가 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하고 있는 일이 과연 관광객에게도,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걸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결국 사무실이 아닌 세상에서 일어나는 ‘진짜 관광’을 배우고 싶어 일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의 광고 카피는 많은 여행자들을 매료시켰고, 그만큼 우리는 일상 속에서 여행자와 마주칠 기회가 더 많아졌다. 1990년 사회학자인 Urry는 ‘관광의 시대는 끝이다(The end of tourism)'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관광 및 국제 관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여행이 더 이상 사람들에게 특별한 활동이 아닌 일상적인 활동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이다. 반면 1994년 관광학자 Munt는 ‘모든 것은 관광이다(everything is tourism)’라고 말했다. 자연이나 역사를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이 관광자원이 되며, 관광객들이 느끼는 경험에 대한 욕구도 점점 더 다양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방문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가는 음식점, 상점 등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동네 슈퍼까지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오늘날의 여행자들은 관광객들만 가득한 관광지를 구경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것을 먹어보고, 현지인들이 매일 찾는 곳을 가보고 싶어 한다. 자유여행이 보편화되고 여행지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덜 알려진 여행지에서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한 달 살기’ 여행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단순히 널리 알려진 랜드마크만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낯선 삶을 여행을 통해 경험해보는 것. 바로 ‘살아보는(To live)’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살아보는 여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삶을 어느 정도 침범할 수밖에 없다. 현지인들의 삶의 공간에 ‘관광객’인 내가 발을 들여놓아야만 가능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관광에 있어서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찾는 관광지의 매력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광자원이 존재해야 하는데,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많은 관광객이 선호하고 찾아오는 관광자원은 차츰 망가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오버 투어리즘은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관광지의 환경과 지역주민의 삶이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방안이 없다면 오버 투어리즘을 겪는 관광지는 그 관광지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어떤 관광지들은 입장객 수 제한, 관광세 징수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관광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도 한다.


4

여행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이러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르셀로나 시(市)에서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Your Holidays, Our Everydays"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두에서 소개한 관광객 반대 시위에서 등장했던 문구인 "Your luxury trip, My daily misery"를 전환한 말이다. 시 정부에서 나서서 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삶을 존중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한 것이다. 실제로 관광객의 소음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서울 북촌을 찾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외국인들이 북촌이 주거지역인지 몰랐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여행자들이 현지인의 상황에 대해 무지한 채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5

바르셀로나 시에서 실시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관광객 대상 캠페인 이미지 윤지민


어느 곳이든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의 권리'는 소중하다. 하지만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권리'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여행자로서 나의 발자국이 이 세상에, 그리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고민하고, 항상 현지 주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여행자로서 우리가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 윤지민

    세상에서 일어나는 진짜 관광을 배우고자 260일동안 19개국으로 세계여행을 떠났다.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과 관광의 이야기를 윤지민의 리얼관광이라는 책으로 발간하고, ‘관광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을 창직하였다. 현재는 관광교육 및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리얼관광연구소의 대표이자 서울관광재단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